이 모든 것이 어쩌면, 제가 괜히 힘을 주어 빠져나가려고 하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은 그제야 떠올랐다. 결국 그는 손에서 슬그머니 힘을 빼고 순순히 손가락을 아래로 드리웠다. 그에 따라 손을 얽어 쥔 어수에서도 따라 힘이 빠졌다. 그러나 그 뿐이었다. 그러나 황제는 손을 빼지 않았다. 그 갸름하고 매끈한 손끝은 천천히, 아주 천천히 그의 손등 위로 도톰하게 솟은 중수골을 쓸었다. 그것은 단순히 손이 미끄러지는 서슬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다. 마치 그 도톰하고 작은 뼈가 어떤 모양으로, 얼마나 솟아있는지를 더듬어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황제의 손끝은 그의 손등 위에 두드러진 뼈 언저리를 몇 번이나 위에서 아래로, 아래에서 위로 오르내리며 쓸었다. 그 위를 빙글거리며 도는 손끝이 마치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