통상의 영이라면 감히 그러지 않았으리라 곤은 자신할 수 있었다. 천하제일검이라, 제가 영에게 내린 그 이름의 굴레가 아니라도 영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무인의 자질을 타고 난 사내였으므로. 설령 제가 먼저 깨어났다 해도 서로에게 대역이 되어주자는 약속을 깨고 상대의 얼굴을 보려 들었을 리는 없었다. 그것은 감히 단언해도 좋았다.그러나 어제는 좀 이야기가 달랐다. 어제의 영은 노골적으로 곤에게 곤의 대역을 시키려 들었다. 그 몸을 타고 올라 매섭게 몰아치는 것으로 제 마음을 몰라준 분을 풀려고 들었다. 그것은 잠시나마, 영의 의식 속에서 저와 저 아닌 저의 구분이 흐려졌음을 뜻했다. 그런 상태의 영이라면.일의 심각성을 자각한 곤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