불은 일부러 끄지 않았다. 더 이상 앞 못 보는 어둠에 의존하고 싶지 않아서. 오늘마저 그래버리면 다시는 네 얼굴을 보고 너를 안을 수 없을 것 같아서. 영은 무척이나 수줍음을 탔고 낯을 가렸다.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몸을 만지면 순순히 이끌려 오면서도 제 쪽에서는 어지간하면 저를 건드리려 들지 않았다.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 번 제대로 안아주지도 않느냐는 볼멘소리를 하자 그제야 머뭇머뭇 얼굴을 붉히며 목으로 팔을 감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을 뿐. 물론 그것으로 충분했지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