“고해란 원래 다시는 그 죄를 짓지 않겠다는 각오로 하는 것이다. 그런데 내가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. 그리고.”곤이 고해성사를 하러 갔던 성당의 십자가 주위로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고난을 그린 성화가 스테인드글라스로 새겨져 있었다. 조각조각 갈라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안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을 보며 영은 지금 고해소에서 주군이 고백하고 있는 죄의 내용이 혹 자신과 연관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. 그래서 성수대에 담긴 성수를 찍어다 성호를 그리고 짧게나마, 혹 그런 것을 꾸짖고 계신다면 저 또한 함께 꾸짖어 주실 것을 빌었다. 문득 그 생각이 났다.